김혜자는 ‘국민 엄마’라는 별명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인데요.
1988년 ‘전원일기’를 시작으로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 속의 엄마로 대중들 곁을 지켜왔습니다.
지난 11일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혜자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배우로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한 평생 배우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삶을 살아온 김혜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연기로는 만점, 엄마로는 빵점
1963년 데뷔한 이후 남편과 1남 1녀를 둔 김혜자는 자신의 엄마로서의 모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대본을 받자마자 방에 틀어박혀 대본만 보고 있었다. 어느날 아들은 그런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하더라. ‘엄마는 대본만 받으면 들어갈 수 없는 장막으로 덮인 것 같았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미안하더라.”고 털어놓았는데요.
이어 “딸이 배가 아프다니 문질러줬는데 불편하다고 하지말라 하더라. 내가 딸에게 얼마나 해준 것이 없어 그랬을까 정말 오래 반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식들과의 이런 에피소드 때문이었을까요.
김혜자는 “그렇게 아이들을 외롭게 만든 엄마로서 절대 연기를 흐지부지 할 수 없었다. 똑똑히 연기를 해야만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그는 사별한 남편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요.
‘당신없으면 이거 누가 써줘요’ 아직도 애틋한 남편과의 이야기
김혜자는 췌장암으로 1998년 자신의 곁을 떠난 남편을 향해서도 진심 어린 마음도 전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남편은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남편이 떠나가는 그 순간에도 ‘내가 없으면 당신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떡하느냐’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나 이제 다 할 줄 아니 걱정 말아라’고 한 기억이 난다”며 눈물 지었습니다.
또 김혜자는 “내가 한문 같은 것을 잘 못 쓴다. 그래서 봉투에 ‘축의’, ‘부의’ 이런 걸 잘 쓰는 남편에게 ‘당신 없으면 이거 누가 써줘요’라고 철 없이 말했다. ‘당신 없으면 안된다’는 내 방식의 표현이었다.”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그러자 남편이 정말 한가득 써주고 갔다. 아픈 사람이 그렇게 한가득 써줬다”라고 말해 촬영 현장에 있던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김혜자는 남편과의 옛 일을 회상하며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습니다. “남편은 퇴근할 때가 되면 나에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고 사 오곤 했다. 순대가 먹고싶다고 했더니 비싼 음식점에 가서 사왔더라.”며 남편과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나는 시장 순대가 먹고 싶은거였다며 투정을 부리면 그 밤 중에 산책을 나갔다 온다고 하고 사왔다. 나보다 11살이나 많다보니 어린아이 돌봐주듯 헌신해준 일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고 남편의 자상한 면모를 담담히 풀어냈습니다.
이런 구구절절하고 애틋한 일들 때문이었을까요. 김혜자는 매일 같이 기도한다고 합니다.
“천국은 못 가더라도 그 문 앞까지는 꼭 데려다 달라고 말할 것이다. 남편에게 아직 못 다한 사과를 꼭 해야 한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남편에게 누나처럼 잘 해줄 것이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해 다시 한 번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80대 연기자의 가장 큰 고민 ‘기억력’
“나를 잘 끝마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게 나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현재 가장 큰 고민으로 ‘기억력’을 꼽았습니다.
김혜자는 “대사를 외우는 것이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아졌다. 10번 하면 되던 것이 20번이 되고, 20번 하던것이 30번이 된다. 이렇게 하다가 더 이상 외워지지 않는 때가 오면 연기를 그만둬야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나에게 무슨 역할이 주어질지 설렌다. 연기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며 80대임에도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연기 열정을 밝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러한 김혜자의 가족 이야기와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국민 엄마 칭호 얻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네” “남편과의 애틋한 이야기 정말 눈물난다” “80대인데 아직도 저런 열정이 있다는게 대단하다”와 같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