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죠. 바로 ‘SNL 코리아’인데요.
SNL은 브레이크 없는 고품격 풍자, 스트레스 날리는 스펙터클한 웃음,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라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소개에 걸맞게 시즌마다 ‘주기자가 간다’, ‘나는 솔로지옥’, ‘아마존 익스트림’, ‘MZ오피스’등 새로운 코너를 만들어 웃음을 유발했고, 방영 후에는 유튜브 쇼츠에도 도배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SNL이 학교폭력을 희화화 했다며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요. 잘나가던 SNL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학교폭력 희화화 ‘더 칼로리’
SNL코리아는 지난달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를 패러디한 ‘더 칼로리’ 코너를 공개했습니다. 주현영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역을, 이수지는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았는데요.
그들이 패러디한 장면은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이 피해자인 문동은에게 고데기로 열을 체크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드라마에서 박연진은 고데기의 열을 체크한다며 문동은의 신체를 고데기로 지지며 고문했습니다.
‘SNL’에서는 고데기로 몸을 지져 고문하는 장면을 쥐포를 익히는 것으로 패러디했습니다.
쥐포가 탈 때마다 이수지는 “지금 먹어야 되는데”라며 괴로워하는 연기를 펼쳤고, 이수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주현영과 가해자들은 소리 내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방영 후, 일부 네티즌들이 학교폭력을 희화화 한 것 아니냐며 SNL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SNL에서 패러디한 고데기 열 체크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건은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 3명이 동급생 한 명을 집단 구타하고, 교실에서 고데기를 이용해 팔에 화상을 입힌 사건인데요. 피해자는 5~6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피해자는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가 진행됐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며 “그들이 한 짓은 고민이었다”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트라우마가 될 사건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해당 장면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이게 정말로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 “SNL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코너를 만들었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영우 패러디 유튜버 ‘자폐 비하 논란’
작년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고공행진하자, ‘우영우’ 속 자폐인 캐릭터인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패러디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버도 있었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유튜버는 ‘우와소(우리 와이프를 소개합니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유튜버였는데요.
어느 날 우와소가 ‘이상한 와이프 우와소’라는 제목의 쇼츠를 올리며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에서 아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하며 남편에게 밥을 먹으라고 했는데요.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비장애인인 우와소가 장애를 가진 드라마 등장인물을 따라하며 장애를 희화화 한다며 비난했습니다. 불쾌감을 나타낸 네티즌들은 우와소 채널에 악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와소는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만든 영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여전히 도를 넘는 악플을 달자 해당 네티즌들을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우영우 패러디’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해당 드라마를 연출한 PD와 ‘우영우’역할을 맡은 박은빈도 패러디에 대한 생각을 전했는데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출한 유인식PD는 제작진 기자간담회에서 “패러디 논란이 편치 않다”며 “조심성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영우’ 역할을 맡은 박은빈은 “우영우 패러디를 지양해 주시길 간곡하게 말씀드린다”며 “누군가에게 상처 줄 수도 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의 선 넘은 패러디
드라마 외에도 부적절한 패러디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2019년 방영된 <런닝맨>에서는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또한 <도시 어부>에서도 큰 고기를 낚아 올린 장면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는데요.
해당 장면은 영화 <1987>에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은폐하려고 치안본부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말을 연상시켰는데요.
이에 네티즌들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패러디 하다니 생각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세월호를 비하하는 듯한 자막과 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이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런 의도는 없었다”라고 했지만 비슷한 실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행이 빨리 바뀌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제작자들은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웃긴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는데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강한 규제와 과도한 윤리적 잣대는 웃음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한 선을 벗어난 웃음은 불편함을 가져올 뿐더러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비극적인 사건, 사고를 연상케 하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쓰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때문에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이 상처주지 않고 웃기는 방법, ‘약자’를 비하 또는 풍자하지 않고 웃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