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평소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실천한 배우가 있습니다.
그의 삶을 재조명해 보겠습니다.
평소 죽겠다는 말 자주 했던 김성민을 걱정했던 아내
2016년 6월 24일 오전 1시 15분,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한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로 출동한 경찰에게 부인 A씨는 “사소한 일로 다퉜다.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 그만 돌아가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경찰은 “남편을 직접 보고 필요하면 도움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괜찮다. 밖으로 나가 달라”고 재차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5분 거리에 있는 친척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하는 부인 A씨에게 “동행 해주겠다”고 했으나 A씨는 “아들과 둘이서 걸어가겠다”면서 거부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A씨로부터 “남편이 평소에도 술 먹고 나면 죽겠다는 말을 자주했다. 혹시 딴 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성민의 신변을 확인해달라”는 말을 듣고 다시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24일 오전 1시 55분, 경찰은 넥타이로 목을 맨 채 욕실 벽에 기대어 있는 김성민을 발견했습니다.
어린 가장이 짊어졌던 연예계 생활
1973년 서울에서 1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김성민은, 학창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나이에 사실상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습니다. 1991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모델로 데뷔한 이유도 그 때문인데요.
그 이후 긴 무명 시절을 보냈습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김성민의 속옷 모델 시절 사진이 촬영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민은 “2년간 속옷 모델을 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그 광고를 찍었던 어떤 분들은 (속옷 모델 촬영 사실을) 자신의 프로필에서 빼기도 하더라.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예능 ‘남자의 자격’ 출연 중 마약혐의…지상파 출연정지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2년 ‘인어 아가씨’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고 해서 ‘김봉창’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남자의 자격’에서였습니다.
그렇게 TV 속에서 유쾌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김성민은, 2010년 12월 4일 필로폰 밀반입, 소지 및 상습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됩니다.
필로폰을 직접 밀반입해서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상습적으로 투약했던 것인데요.
1심의 실형 선고를 뒤집고 2심에서 집행 유예로 석방된 이후, 지상파 출연정지를 당한 김성민이 재기를 모색한 곳은 JTBC 였습니다.
2012년 JTBC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통해 방송에 복귀하고나서 2014년 JTBC의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 출연할 때까지 김성민은 꾸준히 방송활동을 이어나갑니다. 그 사이 2013년 4살 연상의 치과의사 A씨와 화촉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3월, 그는 다시 마약 투여 혐의로 검거됩니다. 그와 함께 그의 연예계 생활도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사망 그 이후
김성민이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만인 2016년 6월 26일 새벽 2시,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김성민에게 1차 뇌사 판정을 내렸고,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최종 뇌사 판정을 내렸습니다.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희망했습니다. 김성민 본인이 평소 장기 기증을 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26일 오후 6시, 장기 적출 수술이 진행됐고, 심폐소생술 도중 망가진 심장, 폐, 작은 창자를 제외한 각막, 신장, 간 등이 5명의 난치병 환자들에게 기증됐습니다.
A씨 “남편, 홧김에 자살 시도한 것 아니다”
A씨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K STAR ‘생방송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남편 김성민이) 부부싸움을 하다 화가 나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만취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며 “다툰 건 2~3분도 안된다. 술에 너무 취해 자제력을 잃고 순간 욱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원망스러운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잘못했다. 그날 남편이 집에 들어왔을 때 그냥 재웠어야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공판 당시 A씨는 “부부싸움을 심하게 해서 자살을 하려고 한 게 2014년 10월 말이었고, 이 일이 11월에 터진 것”이라며 “죽겠다는 마음이었으니 이성을 잃은 행동(필로폰 투약)을 한 것”이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자살 시도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A씨에 따르면 김성민은 ‘자상한 남편’이었습니다. A씨는 “내 나이가 더 많은데 남편은 날 딸처럼 예뻐해줬다. 서로 사이도 정말 좋았다”면서 “남편이 출소한 이후 나와 함께 출퇴근하면서 직원들과도 잘 어울렸다. 환자들도 남편을 좋아했다”고 추억했습니다.
하지만 연예계 복귀가 요원해진 이후 김성민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A씨는 “남편이 가끔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다”며 “연예인으로서 다시 활동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남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